채만식 '태평천하' 49 - 일찍이 윤직원 영감은 ......
15.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니라 일찍이 윤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두꺼비 시절에, 자기 부친 말대가리 윤용규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이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씨만 빼놓고, 서울아씨, 태식이, 뒤채의 두 동서,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를 맞이하는 예를 표하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2026. 7. 12.
채만식 '태평천하' 46 - 역시 같은 날 밤이요, 아홉시가......
12. 세계 사업 반절기 역시 같은 날 밤이요, 아홉시가 한 오 분 가량 지나섭니다. 그러니까 방금 창식이 윤주사의 둘째첩 옥화가 계동 큰댁에 들렀다가 며느리뻘 되는 뒤채의 두 새댁들과 말말 끝에, 집에는 얼굴도 들여놓지 않은 종수를, 아까 낮에 우미관 앞에서 만났다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시각과 거진 같은 시각입니다. 과연, 그리고 공굘시, 그 시각에 종수는 그의 병정인 키다리 병호의 인도로 동관 어떤 뚜쟁이 집을 찾아왔습니다.종수는 새삼스럽게 소개할 것도 없이, 만석꾼 윤직원 영감의 맏손자요, 창식이 윤주사의 맏아들이요, 경손이의 아범이요, 윤씨네 가문 빛내는 큰 사업의 제일선 용사 중 한 사람으로서 군수 운동을 하느라고 고향에 내려가 군 고원을 다니는 사람이요, 그리고 장차 경찰서장이 될 ..
2025.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