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태평천하' 37 - 사랑방에는 언제 왔는지......
7. 쇠가 쇠를 낳고 사랑방에는 언제 왔는지 올챙이 석서방이, 과시 올챙이같이 토옹통한 배를 안고 윗목께로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시쳇말로는 브로커요, 윤직원 영감 밑에서 거간을 해먹는 사람입니다. 돈도 잡기 전에 배 먼저 나왔으니 갈데없이 근천스런 ×배요, 납작한 체격에 형적도 없는 모가지에, 다 올챙이 별명 타자고 나온 배지 별게 아닐 겝니다. "진지 잡수셨습니까?" 올챙이는 오꼼 일어서면서 공순히, 그러나 친숙히 인사를 합니다. 윤직원 영감은 속으로야, 이 사람이 저녁에 다시 온 것이 반가울 일이 있어서 느긋하기는 해도, 짐짓, "안 먹었으면 자네가 설넝탱이라두 한 뚝배기 사줄라간디, 밥 먹었나구 묻넝가?" 하면서 탐탁잖아하는 낯꽃으로 전접스런 소리를 합니다. "아, 잡..
2025. 3. 6.
채만식 '태평천하' 36 - 계집종인 삼월이는......
계집종인 삼월이는 부엌에서 행랑어멈과 같이서 얼추 설거지를 하고 있고, 행랑아범은 안팎 아궁이를 찾아다니면서 군불을 조금씩 지피고, 그 나머지 식구들은 고씨만 빼놓고 다 안방으로 모여 저녁밥을 시작합니다. 서울아씨, 두 동서, 경손이, 태식이, 전주댁 이렇습니다. 그들은 아무도 방금 일어났던 풍파를 심려한다든가 윤직원 영감이 저녁밥을 중판멘 것을 걱정한다든가, 고씨가 밥상을 도로 쫓은 걸 민망히 여긴다든가 할 사람은 하나도 없고, 따라서 아무도 입맛이 없어 밥 생각이 안 날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먼저의 싸움의 입가심같이 그 다음엔 조그마한 싸움 하나가 벌어집니다. 태식이가 구경에 세마리가 팔렸다가 싸움이 끝이 나니까 다시 밥 시작을 하는데, 마침 경손이가 툭 튀어들더니, 윤직원 영감이 앉았던 자리..
2025. 2. 4.
채만식 '태평천하' 35 - 실상 윤직원 영감은......
실상 윤직원 영감은 저편이 싸움을 돕는 줄을 몰랐던 건 아닙니다. 다 알고서도, 어디 얼마나 하나 보자고 넌지시 늦추 잡도리를 하느라, 고씨가 처음 꽥소리를 칠 때도 손자며느리와 딸을 건너다보면서, "저, 짝 찢을 년은 왜 또 지랄이 나서 저런다냐!" 하고 입만 삐죽거렸습니다. 서울아씨는 친정아버지를 따라 입을 삐죽거리고, 두 손자며느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박씨만 조심조심 경손을 나무라느라고 마루로 나오고, 경손이가 온 줄 안 태식은 미닫이의 유리로 밖을 내다보다가 도로 오더니, "아빠 아빠, 저 경존이 잉? 깍쟁이 자직야, 잉? 아주 옘병헐 자직이야!" 하고 떠듬떠듬 말재주를 부리고 했습니다. "아서라! 어디서 그런……." "잉? 아빠, 경존이 깍쟁이 자직야. 도족놈의..
2025.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