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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문학2

김유정 '봄봄'5 - 논둑에서...... 논둑에서 벌떡 일어나 한풀 죽은 장인님 앞으로 다가서며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내슈" "넌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례를 해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준다 해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판단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아 왜 이래 어른을" 안 간다고 뻗디디고 이렇게 호령은 제 맘대로 하지만 장인님 제가 내 기운은 못 당긴다. 막 부려먹고 딸은 안 주고 게다 땅땅 치는 건 다 뭐냐......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 2023. 10. 31.
김유정 '봄봄' 2 -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제가 다 알라 차려서, "어 참 너 일 많이 했다 고만 장가들어라." 하고 살림도 내주고 해야 나도 좋을 것이 아니냐. 시치미를 딱 떼고 도리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봐서 지레 펄펄 뛰고 이 야단이다. 명색이 좋아 데릴사위지 일하기에 싱겁기도 할 뿐더러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숙맥이 그걸 모르고 점순이의 키 자라기만 까맣게 기다리지 않았나.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 볼까 했다마는, 우리는 장인님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 서 이야기도 한마디 하는 법 없다. 우물길에서 언제나 마주칠 적이면 겨우 눈어림으로 재보고 하는 것인데 그럴 적마다 나는 저만큼 가서 "제~미 키두!" 하고 논둑에다 침을 퉤!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다른..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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