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글 읽기/김유정-봄봄

김유정 '봄봄'5 - 논둑에서......

by 구름은 자유롭다 2023. 10. 31.
반응형

  논둑에서 벌떡 일어나 한풀 죽은 장인님 앞으로 다가서며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내슈"

    "넌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례를 해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준다 해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판단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아 왜 이래 어른을"

  안 간다고 뻗디디고 이렇게 호령은 제 맘대로 하지만 장인님 제가 내 기운은 못 당긴다. 막 부려먹고 딸은 안 주고 게다 땅땅 치는 건 다 뭐냐......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 사경 : 머슴이 주인에게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이나 물건

○ 얼찐 : '얼른'의 방언,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 어름어름 : 말이나 행동을 똑똑하게 분명히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양

○ 구장님 : 일제 치하에서 불리던 용어로 지금의 통장, 이장을 이르는 말.

○ 뻗디디다 : 발에 힘을 주고 비티어 디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