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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에서 벌떡 일어나 한풀 죽은 장인님 앞으로 다가서며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내슈"
"넌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례를 해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준다 해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판단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아 왜 이래 어른을"
안 간다고 뻗디디고 이렇게 호령은 제 맘대로 하지만 장인님 제가 내 기운은 못 당긴다. 막 부려먹고 딸은 안 주고 게다 땅땅 치는 건 다 뭐냐......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 사경 : 머슴이 주인에게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이나 물건
○ 얼찐 : '얼른'의 방언,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 어름어름 : 말이나 행동을 똑똑하게 분명히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양
○ 구장님 : 일제 치하에서 불리던 용어로 지금의 통장, 이장을 이르는 말.
○ 뻗디디다 : 발에 힘을 주고 비티어 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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