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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읽기/채만식-태평천하39

채만식 '태평천하' 4 - 인력거꾼은 괜히...... 1. 윤직원 영감 귀택지도(歸宅之圖) - 4   인력거꾼은 괜히 돈 몇십 전 더 얻어먹으려다가 짜장 얻어먹지도 못하고 다른 데 벌이까지 놓치지 싶어, 할 수 없이 오십 전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윤직원 영감은 여전합니다.     "아―니, 이 사람이 시방, 나허구 실갱이를 허자구 이러넝가? 권연시리 자꾸 쓸디띴넌 소리를 허구 있어……! 아, 이 사람아, 돈 오십 전이 뉘 애기 이름인 종 아넝가?"    "많이 여쭙잖습니다. 부민관서 예꺼정 모시구 왔는뎁쇼!"    "그러닝개 말이네. 고까짓것 엎어지먼 코 달 년의 디를 태다 주구서 오십 전씩이나 달라구 허닝개 말이여!"    "과하게 여쭙잖었습니다. 그리구 점잖은 어른께서 막걸릿값이나 나우 주서야 허잖겠사와요?"   윤직원 영감은 못 들은 체하고 모로 비.. 2024. 2. 23.
채만식 '태평천하' 3 - 알고 보니 참 기가...... 1. 윤직원 영감 귀택지도(歸宅之圖)-3   알고 보니 참 기가 막힙니다. 농도 할 사람이 따로 있지요. 웬만하면, 허허! 하고 한바탕 웃어 젖힐 노릇이겠지만 점잖은 어른 앞에서 그럴 수는 없고, 그래 히죽이 웃기만 합니다.     "……그리서 나넌 그렇기 처분대루, 응……? 맘대루 말이네. 맘대루 허라구 허길래, 아 인력거 삯 안 주어도 갱기찮헌 종 알구서, 그냥 가라구 히였지!"   인력거꾼은 이 어른이 끝끝내 농을 하느라고 이러는가 했지만, 윤직원 영감의 안색이며 말씨며 조금도 그런 내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 참……! 나는 벨 신통헌 인력거꾼도 다아 있다구, 퍽 얌전허게 부았지! 늙은 사람이 욕본다구, 공으루 인력거 태다 주구 허넝 게 쟁히 기특허다구. 이 사람아, 사내대장부가 그렇기.. 2024. 2. 15.
채만식 '태평천하' 2 - 인력거에서 내려 선 윤직원 영감은...... 1. 윤직원 영감 귀택지도(歸宅之圖)-2   인력거에서 내려 선 윤직원 영감은, 저절로 떠억 벌어지는 두루마기 앞섶을 여미려고 하다가 도로 걷어 젖히고서, 간드러지게 허리띠에 가 매달린 새파란 염낭끈을 풉니다.    "인력거 쌕이(삯이) 몇 푼이당가?"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당자 역시 전라도 태생이기는 하지만, 그 전라도 말이라는 게 좀 경망스럽습니다.    "그저 처분해 줍사요!"  인력거꾼은 담요로 팔짱낀 허리를 굽신합니다. 좀 점잖다는 손님한테는 항투로 쓰는 말이지만, 이 풍신 좋은 어른께는 진심으로 하는 소립니다. 후히 생각해 달란 뜻이지요.    "으응! 그리여잉? 그럼, 그냥 가소!"  윤직원 영감은 인력거꾼을 짯짯이 바라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풀었던 염낭끈을 도로 비끄러맵니다. 인력거꾼은.. 2024. 2. 3.
채만식 '태평천하' 1 - 추석이 지나 이윽고...... 1. 윤직원 영감 귀택지도(歸宅之圖)-1   추석을 지나 이윽고, 짙어 가는 가을 해가 저물기 쉬운 어느 날 석양.  저 계동(桂洞)의 이름 난 장자〔富者〕윤직원(尹直員) 영감이 마침 어디 출입을 했다가 방금 인력거를 처억 잡숫고 돌아와, 마악 댁의 대문 앞에서 내리는 참입니다.  간밤에 꿈을 잘못 꾸었던지, 오늘 아침에 마누라하고 다툼질을 하고 나왔던지, 아무튼 엔간히 일수 좋지 못한 인력거꾼입니다. 여느 평탄한 길로 끌고 오기도 무던히 힘이 들었는데 골목쟁이로 들어서서는 빗밋이 경사가 진 이십여 칸을 끌어올리기야, 엄살이 아니라 정말 혀가 나올 뻔했습니다.  이십팔 관, 하고도 육백 몸메……! 윤직원 영감의 이 체중은, 그저께 춘심이년을 데리고 진고개로 산보를 갔다가 경성우편국 바로 뒷문 맞은편, 아..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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