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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읽기/김유정-봄봄

김유정 '봄봄' 10 - 낮에 구장님......

by 구름은 자유롭다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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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대고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떡하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윳값을 물라고 막 지다위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았으니까 저만 연방 지껄이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도 장갈 들었는데 난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중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고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로 훅닥이었다. 별의별 소리를 다 해서 그대로 옮길 수는 없으나 그 줄거리는 이렇다.

  우리 장인님이 딸이 셋이 있는데 맏딸은 재작년 가을에 시집을 갔다. 정말은 시집을 간 것이 아니라 그 딸도 데릴사위를 해가지고 있다가 내보냈다. 그런데 딸이 열살 때부터 열아홉, 즉 십 년 동안에 데릴사위를 갈아 들이기를, 동리에선 사위 부자라고 이름이 났지마는 열 놈이란 참 너무 많다. 장인님이 아들은 없고 딸만 있는 고로 그 딸을 데릴사위를 해올 때까지는 부려먹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머슴을 두면 좋지만 그건 돈이 드니까, 일 잘하는 놈을 고르느라고 연방 바꿔 들였다. 또 한편 놈들이 욕만 줄창 퍼붓고 심히도 부려먹으니까 이 상해서 달아나기도 했겠지. 점순이는 둘째딸인데 내가 일테면 그 세 번째 데릴사위로 들어온 셈이다. 내 담으로 네 번째 놈이 들어올 것을 내가 일도 참 잘하고 그리고 사람이 좀 어수룩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질 않는다. 셋째딸이 인제 여섯 살, 적어 두 열 살은 돼야 데릴사위를 할 테므로 그 동안은 죽도록 부려먹어야 된다. 그러니 인제는 속 좀 차리고 장가를 들여 달라구 를 쓰고 나자빠져라, 이것이다.

 


○ 모판 : 씨를 뿌려 모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

○ 괄괄하다 : 성질이 세고 급하다

○ 지다위 : 자기의 허물을 남에게 덮어 씌움,  남에게 등을 대고 의지하거나 떼를 씀

○ 훅닥이다 : 잔소리나 까다록운 요구를 하며 귀찮게 대들다

○ 동리 : 洞里 마을(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 담 : 다음

○ 연방 : 연속해서 자꾸

○ 밸 : 배알의 준말 , ※ 배알 : 창자/속마음/베짱을 낮추어 이르는 말

○ 어수룩하다 : 겉모습이나 언행이 치밀하지 못하여 순진하고 어설픈 데가 있다.

○ 떼 : 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 달라고 고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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