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때는 그걸 모르고 장인님을 원수로만 여겨서 잔뜩 잡아당겼다.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님은 헛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소해서 하겠지―---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려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 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놓고 장인님은 지게 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조광2 (1935.12)
* 솔개미 : 솔개 (수릿과의 새)
* 악장 : 있는 힘을 다해 모질게 마그 쓰는 기운
* 내래 : 내 , 내래 놓고=내놓고
* 얼빠진 : 정신이 없는
* 멀거니 : 정신 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
※ 조광
일제강정기 1935년 10월에 창간된 월간잡지. 조선일보의 자매지로 1937년 중일전쟁이 시작된 이후 친일성향이 크게 증가하였음.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이후 완전한 친일 잡지로 변화하였음. 1948년 종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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