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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37

현진건 '운수 좋은 날' 3 -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요?”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말같이 “인천 차가 열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 라고 중얼거린다.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랐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돈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고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2023. 11. 29.
김유정 '봄봄'5 - 논둑에서...... 논둑에서 벌떡 일어나 한풀 죽은 장인님 앞으로 다가서며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내슈" "넌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례를 해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준다 해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판단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아 왜 이래 어른을" 안 간다고 뻗디디고 이렇게 호령은 제 맘대로 하지만 장인님 제가 내 기운은 못 당긴다. 막 부려먹고 딸은 안 주고 게다 땅땅 치는 건 다 뭐냐......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 202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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