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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읽기/김유정-봄봄

김유정 '봄봄' 1 - 장인님! 인젠 저......

by 구름은 자유롭다 202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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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님! 인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그만 벙벙하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삼 년이면 삼 년 기한을 딱 작정하고 일을 했어야 원 할것이다. 덮어놓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박이 키에 모로만 벌러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때가 되면 장인님이 어련하랴 싶어서 군소리 없이 꾸벅꾸벅 일만 해왔다. 


○ 성례(聖禮) : 혼인예식(혼례), 결혼식

○ 꼬박이 : 어떤 상태를 고스란히 그대로

○ 짜장 : 과연 정말로

○ 어째 : 어찌하여 의 줄임말

○ 벙벙하다 : 어리둥절하여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다

○ 애최 : 애초에

○ 이태 : 두 해, 다음을 뜻하는 '읻'과 '년'이 결합된 말

○ 붙박이 : 어느 한 자리에 정한 대로 박혀 있어서 움직임이 없는 상태 혹은 그런 사물이나 사람

    ☞ -박이 = 무엇이 박혀 있는 곳 혹은 한곳에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 군소리 : 쓸대없는 말


※ 김유정 (1908~1937)

일제강점기 조선의 소설가, 수필가, 시인.  강원도 춘천 출생. 1937년 29세 젊은 나이에 패결핵으로 일찍 죽었다.

1935년 <소낙비>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일제 강점기  민족주의 문학이 퇴조를 걱정하던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 중 한명이며 주로 인간에 대한 훈훈한 사랑을 예술적으로 재미있게 다루는 민중적 문학을 추구하였으나 그 안에 해학과 비애를 동반하는 특징도 같이 보여주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봄봄> <동백꽃> <금 따는 콩밭> < 만무방> <소낙비> 등등이 있다.

 

※ 봄봄

 김유정이 1936년 잡지 『조광』에 발표한 작품. 김유정의 대표작으로 작가의 문학세계인 해학 내지는 해학적 인간인식이 가장 구체화되어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봄봄' 봄의 반복은 새로운 태어남, 사춘기적인 의미라기보다 안타까운 기다림, 기다림의 시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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