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임승차기술 - 4
춘심이는 윤직원 영감이 달래는 대로 한동안 앞을 서서 찰래찰래 가고 있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또 해뜩 돌려다보면서
" 영감님"
고 뱅글뱅글 웃습니다. 이 애는 잠시라도 까불지 못하면 정말 좀이 쑤십니다.
"무어라구 또 촐랑거리구 싶어서 그러냐?"
"이렇게 일찍 가는 대신 자동차나 타고 갑시다, 네?"
"자―동차?"
"내애."
"그래라, 젠장맞일……."
춘심이는 윤직원 영감이 섬뻑 그러라고 하는 게 되레 못 미더워서, 짯짯이 얼굴을 올려다봅니다. 아닌게아니라, 히물히물 웃는 게 장히 미심쩍습니다.
"정말 타구 가세요?"
"그리어! 이년아."
"그럼, 전화 빌려서 자동차 불러예죠?"
"일부러 안 불러두 죄꼼만 더 가먼 저기 있단다."
"어디가 있어요! 안국동 네거리까지 가야 있는걸."
"제까지 안 가두 있어!"
"없어요!"
"있다……! 뻔쩍뻔쩍허게 은칠헌 놈, 크―다란 자동차……."
"어이구 참! 누가 빠스 말인가, 뭐……."
춘심이는 고만 속은 것이 분해서 뾰롱해 가지고 쫑알댑니다.
"빠쓸 가지구, 아―주 자동차래요!"
"자동차라두 그놈이 여니 자동차보담 더 비싸다, 이년아!"
"오 전씩인데 비싸요!"
"타는 찻값 말이간디? 그놈 사올 때 값 말이지……."
* 찰래찰래 : 몸을 흔들어 경망스럽게 걷는 모양
* 해뜩 : 갑자기 얼굴을 돌리며 살짝 돌아보는 모양
* 섬뻑 : 어떤 일이 행하여진 후 곧바로
* 짯짯이 : 딱딱하고 깔깔한 성미로
* 히물히물 : 입술을 조금 실그러뜨리며 자꾸 소리 없이 능청스럽게 웃는 모양
* 장히 : 매우 또는 몹시
* 은칠헌 : 은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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