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운수 좋은 날' 8 - 치삼은 어이없이......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첨지는 연해 코를 들이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엣기 미친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김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 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
2023.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