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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22

채만식 '태평천하' 9 - 윤직원 영감은 재동 네거리 ...... 2. 무임승차기술 - 5  윤직원 영감은 재동 네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춘심이와 같이 버스를 기다립니다. 때가 아침저녁의 러시아워도 아닌데 웬일인지 만원 된 차가 두 대나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그러더니 세 대째 만에, 그것도 여간 분비지 않는 걸, 들이 떼밀고 올라타니까 버스걸이 마구 울상을 합니다.   윤직원 영감은 자기 혼자서 탔으면 꼬옥 알맞을 버스 한 채를 만원 이상의 승객과 같이 탔으니 남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윤직원 영감 당자도 무척 고생입니다. 그럴 뿐 아니라, 갓을 버스 천장에다가 치받치지 않으려고 허리를 꾸부정하고 섰자니,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해야 됩니다. 그 대신 춘심이는 윤직원 영감의 겨드랑 밑에 가 박혀 있어 만약 두루마기 자락으로 가리기만 하면 찻삯은 안 물어도 될 성싶습니다. 겨.. 2024. 4. 8.
채만식 '태평천하' 8 - 춘심이는 윤직원 영감이...... 2. 무임승차기술 - 4   춘심이는 윤직원 영감이 달래는 대로 한동안 앞을 서서 찰래찰래 가고 있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또 해뜩 돌려다보면서     " 영감님" 고 뱅글뱅글 웃습니다. 이 애는 잠시라도 까불지 못하면 정말 좀이 쑤십니다.     "무어라구 또 촐랑거리구 싶어서 그러냐?"     "이렇게 일찍 가는 대신 자동차나 타고 갑시다, 네?"       "자―동차?"     "내애."     "그래라, 젠장맞일……."  춘심이는 윤직원 영감이 섬뻑 그러라고 하는 게 되레 못 미더워서, 짯짯이 얼굴을 올려다봅니다. 아닌게아니라, 히물히물 웃는 게 장히 미심쩍습니다. "정말 타구 가세요?" "그리어! 이년아." "그럼, 전화 빌려서 자동차 불러예죠?" "일부러 안 불러두 죄꼼만 더 가먼 저기 있단다.. 2024. 3. 31.
채만식 '태평천하' 7 - 기생이며 광대가...... 2. 무임승차기술 - 3   기생이며 광대가 가지각색이요, 그래서 노래도 여러 가지려니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오래오래 들을 수가 있기 때문에, 감질나는 라디오보다는 그것이 늘 있는 게 아니어서 흠은 흠이지만, 그때그때만은 퍽 생광스럽습니다. 딱히 윤직원 영감의 소원 같아서는, 그런즉슨 명창대회를 일년 두고 삼백예순날 날마다 했으면 좋을 판입니다. 이렇듯 천하에 달가운 명창대횐지라, 서울 장안에서 언제고 명창대회를 하게 되면 윤직원 영감은 세상없어도 참례를 합니다. 만일 어느 명창대회에 윤직원 영감이 참례를 못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대복이의 태만입니다.  대복이는 멀리 타관에를 심부름 가고 있지 않는 이상 매일같이 골목 밖 이발소에 나가서 라디오의 프로그램과 명창대회나 조선음악연구회 주최의 공연이 있는지.. 2024. 3. 24.
채만식 '태평천하' 6 - 라디오를 프로그램을... ... 2. 무임승차기술 - 2   라디오를 프로그램대로 음악을 조종하는 소임은 윤직원 영감의 차인 겸 비서 겸 무엇 겸 직함이 수두룩한 대복(大福)이가 맡아 합니다. 혹시 남도 소리나 음률 가사 같은 것이 없는 날일라치면 대복이가 생으로 벼락을 맞아야 합니다.     "게, 밥은 남같이 하루에 시 그릇썩 먹으먼서, 그래, 어떻기 사람이 멍청허먼, 날마당 나오던 소리를 느닷띴이 못 나오게 헌담 말잉가?"   이러한 무정지책에 대복이는 유구무언, 머리만 긁적긁적합니다.   하기야 대복이도 처음 몇 번은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그렇게 정했으니까, 집에 앉아서야 라디오를 아무리 주물러도 남도 소리는 나오지 않는 법이라고 변명을 했더랍니다.   한다 치면, 윤직원 영감은 더럭,     "법이라니께? 그런 개× 같은 놈의.. 2024. 3. 17.
채만식 '태평천하' 5 - 윤직원 영감은 명창을...... 2. 무임승차기술 - 1  윤직원 영감은 명창대회를 무척 좋아합니다.   아마 이 세상에 돈만 빼놓고는 둘째 가게 그 명창대회란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윤직원 영감은 본이 전라도 태생인 관계도 있겠지만, 그는 워낙 남도 소리며 음률 같은 것을 이만저만찮게 좋아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깐으로는, 일년 삼백예순날을 밤낮으로라도 기생이며 광대며를 사랑으로 불러다가 듣고 놀고 하고는 싶지만, 그렇게 하자면 일왈 돈이 여간만 많이 드나요!   아마 연일을 붙박이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어느 권번이나 조선음악연구회 같은 데 교섭을 해서 특별할인을 한다더라도 하루에 소불하 십 원쯤은 쳐주어야 할 테니, 하루에 십 원이면 한 달이면 삼백 원이라, 그리고 일년이면 삼천…… 아유! 그건 윤직원 영감으로 앉아서는 도.. 2024. 3. 10.
채만식 '태평천하' 1 - 추석이 지나 이윽고...... 1. 윤직원 영감 귀택지도(歸宅之圖)-1   추석을 지나 이윽고, 짙어 가는 가을 해가 저물기 쉬운 어느 날 석양.  저 계동(桂洞)의 이름 난 장자〔富者〕윤직원(尹直員) 영감이 마침 어디 출입을 했다가 방금 인력거를 처억 잡숫고 돌아와, 마악 댁의 대문 앞에서 내리는 참입니다.  간밤에 꿈을 잘못 꾸었던지, 오늘 아침에 마누라하고 다툼질을 하고 나왔던지, 아무튼 엔간히 일수 좋지 못한 인력거꾼입니다. 여느 평탄한 길로 끌고 오기도 무던히 힘이 들었는데 골목쟁이로 들어서서는 빗밋이 경사가 진 이십여 칸을 끌어올리기야, 엄살이 아니라 정말 혀가 나올 뻔했습니다.  이십팔 관, 하고도 육백 몸메……! 윤직원 영감의 이 체중은, 그저께 춘심이년을 데리고 진고개로 산보를 갔다가 경성우편국 바로 뒷문 맞은편, 아.. 2024. 1. 28.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6 - 산길을 벗어나니...... 산길을 벗어나니 큰길로 틔어졌다. 꽁무니의 동이도 앞으로 나서 나귀들은 가로 늘어섰다. “총각두 젊겠다, 지금이 한창 시절이렷다. 충줏집에서는 그만 실수를 해서 그 꼴이 되었으나 설게 생각 말게." “처 천만에요. 되려 부끄러워요. 계집이란 지금 웬 제격인가요.자나깨나 어머니 생각뿐인데요." 허생원의 이야기로 실심해 한 끝이라 동이의 어조는 한풀 수그러진 것이었다. “아비 어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았으나 제겐 아버지가없어요. 피붙이라고는 어머니 하나뿐인걸요." “돌아가셨나?" “당초부터 없어요." “그런 법이 세상에……" 생원과 선달이 야단스럽게 껄껄들 웃으니 동이는 정색하고 우길 수밖에는 없었다.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으려 했으나 정말예요. 제천 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는 집..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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