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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54

채만식 '태평천하' 22 - 문초는 그러나 각각...... 문초는 그러나 각각 달랐습니다. 박가더러는 그들 일당의 성명과 구혈과 두목을 대라고 족쳤읍니다. 박가는 제가 그 도당에 참예한 것은 불었어도 그 욋것은 입을 꽉 다물고 실토를 안 했읍니다. 주리를 틀려 앞정강이의 살이 문드러지고 허연 뼈가 비어져도 그는 불지를 않았읍니다.    일변 윤용규더러는 네가 그 도당과 기맥을 통하고 있고 그패들에게 재물과 주식을 대접했다는 걸 자백하라고 문초를 합니다. 박가의 실토를 들으면 과시 네가 적당과 연맥이 있다고 하니, 정 자백을 안하면 않는대로 그냥 감영으로 넘겨 목을 베게 하겠다는 것이었읍니다.  이것이, 좀 먹자는 트집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속이었고 그래 누가 이러라 저러라 시킬 것도 없이 벌써 줄 맞은 병정이 되어서, 젊은 윤두꺼비는 뒷줄로 뇌물을 쓰느라고 .. 2024. 7. 29.
채만식 '태평천하' 21 - 달포 전인데 이 패에게 노략질을...... 달포 전인데 이 패에게 노략질을 당하던 날 밤, 그 중에  한 놈, 잘 알 수 있는 자가 섞여 있는 것을 윤용규는 보아 두었읍니다. 그자는 박가라고, 멀리 않은 근동에서 사는 바로 그의 작인이었읍니다. "오! 이놈 네가!"   윤용규는 제 자신, 작인에게 어떠한 원한받을 짓을 해왔다는 것은 경위에 칠 줄은 모릅니다. 다만 내 땅을 부쳐 먹고 사는 놈이 이 도당에 참예를 하여 내 집을 털러 들어오다니, 눈에서 불이 나고 가슴이 터질 듯 분한 노릇입니다.  이튿날 새벽같이 윤용규는 몸소 읍으로 달려들어가서, 당시 그 고을 원(수령)이요, 수차 토색질을 당한 덕에 안면은 있는 백영규(白永圭)더러, 사분이 이만저만하고 이러저러한데 그 중에 박아무개라는 놈도 섞여 있었다고 그러니 그놈만 잡아다가 족치거드면 그 일.. 2024. 7. 23.
책읽기 어떻게 시작해냐 하나...... 7 - 집중 독서로 전문성을 ○ 한 분야 집중 독서로 좀 아는 사람 되기^^!  목표량 정하고 읽기 어떠세요? 책을 읽는데 속도가 혹은 독서 근력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계신가요?^^! 목표량은 어떻게 정하셨어요? 하루에 몇 페이지?일주일에 1권? 한 달에 2권 혹은 그 이상?1년에 10권 혹은 그 이상?   목표량을 달성해 나가다 보면 독서 근력이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느낌은 독서에 가속도를 붙이게 됩니다.  이전과 달라지고 있는 생각의 깊이와 조금씩 바뀌는 말과 행동 그러면서 자신이 조금은 성장한 것 같은 느낌! ^^!  이제 조금 한 단계  더 독서근력을 높이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책읽기! 한 분야 100권 읽기   누군가 그러더군요. 인문학 대학원에서 논문을 한 편 쓰는.. 2024. 7. 7.
채만식 '태평천하' 19 - 사랑채로 들어간 두목이...... 4.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5   사랑채로 들어간 두목이 한 수하를 시켜 웃미닫이를열어 젖히고서 성큼 마루로 올라설 때에 그는 뜻밖에도 이편을 앙연히 노려보고 있는 말대가리 윤용규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두목은 주춤하지 않지 못했습니다. 그는 윤용규가 이 위급한 판에 한 발자국이라도 도망질을 치려고 서둘렀지, 이 다지도 대담하게, 오냐 어서 오란 듯이 버티고 있을 줄은 천만 생각 밖이었던 것입니다. 더욱 핏기 없이 수척한 얼굴에 병색을 띠고서도 일변 악이 잔뜩 올라 이편을 노려보는 그 머리 센 늙은이의 살기스런 양자가 희미한 쇠기름불에 어른거리는 양이라니 무슨 원귀와도 같습니다.   두목은 만약 제 등뒤에 수하들이 겨누고 있는 십여 대의 총부리와 녹슬었으나마 칼들과 몽둥이들과 도끼들이 없었으면.. 2024. 7. 1.
채만식 '태평천하' 18 - 화적이 인가를 쳐들어와서...... 4.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4   화적이 인가를 쳐들어와서 잡아 족치는 건 그 집 대주(戶主)와 셈든 남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손에 붙잡히기만 하고 보면 우선......(원문탈락)...... 반죽음은 되게 매를 맞아야 합니다. 그렇게 얻어맞고도 마침내는 재물은 재물대로 뺏겨야 하고 그 서슬에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왔다갔다합니다. 둘이 잡히면 둘이 다, 셋이 잡히면 셋이 다 그 지경을 당합니다.     그러므로 제가끔 먼저 기수를 채는 당장으로 아비를 염려해서 주춤거리거나 자식을 생각하여 머뭇거리거나 할 것이 없이 그저 먼저 몸을 피해 놓고 보는 게 당연한 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럴 것이, 가령 자식이 아비의 위태로움을 알고 그냥 버틴다거나 덤벼든다거나 했자, 저편은 수효가 많은데다가 병장기를 가.. 2024. 6. 23.
채만식 '태평천하' 17 - 젊은 윤두꺼비는 깜깜 어둔 방 안이라도...... 4.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3  젊은 윤두꺼비는 깜깜 어둔 방 안이라도 바깥의 달빛이 희유끄름한 옆문을 향해 뛰쳐나갈 자세로 고의춤을 걷어 잡으면서 몸을 엉거주춤 일으켰습니다. 보이지는 않으나 아내의 황급한 숨길이 바투 들리고 더듬어 들어오는 손끝이 바르르 떨리면서 팔에 닿습니다."어서! 얼른!"   아내의 쥐어짜는 재촉 소리는 마침 대문을 총 개머린지 몽둥인지로 들이 쾅쾅 찧는 소리에 삼켜져 버립니다. "아버님은?"   윤두꺼비는 뛰쳐나가려고 꼬느었던 자세와 호흡을 잠깐 멈추고서 아내더러 물어보던 것입니다. "몰라요...... 그렇지만...... 아이구 어서, 얼른!"   아내가 기색할 듯이 초초한 소리로 팔을 잡아 흝는 힘이 아니라도 윤두꺼비는 벌써 몸을 날려 옆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신발.. 2024. 6. 15.
채만식 '태평천하' 15 - 얼굴이 말(馬面)처럼 길대서...... 4.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1  얼굴이 말(馬面)처럼 길대서 말대가리라는 별명을 듣던 윤직원 영감의 선친 윤용규는 본이 시골 토반(土班)이더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전(衙前)이더냐 하면 실상은 아전질도 제법 해먹지 못했습니다. 아전질을 못 해먹은 것이 시방 와서는 되레 자랑거리가 되었지만, 그때 당년에야 흔한 도서원(道書院)이나마 한 자리 얻어 하고 싶은 생각이 꿀안 같았어도, 도시에 그만한 밑천이며 문필이며가 없었더랍니다.   말대가리 윤용규 그는, 삼십이 넘도록 탈망 바람으로 삿갓 하나를 의관삼아 촌 노름방으로 으실으실 돌아다니면서 개평꾼이나 뜯으면 그걸로 되돌아 앉아 투전장이나 뽑기, 방퉁이질이나 하기, 또 그도 저도 못하면 가난한 아내가 주린 배를 틀어쥐고서 바느질품을 팔아 어린.. 2024.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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